‘전기고문 중계’ 준희옹 묘하게 들렸는데...“이젠 차분하게” 전날에도 새벽에 축구 중계를 하느라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고 했지만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kddtv스포츠야 녹화를 위해 5일 매경미디어센터를 찾은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은 “새 둥지에서 새로운 중계를 선보이겠다”며 “정규 방송 관계상 여기서 경기 중계를 중단합니다 라는 상투적이고 아쉬운 표현은 이제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년 kddtv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은 이래로 약 20년간 해외축구팬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업계 최고의 축구해설위원으로 꼽히는 그는 최근 18년 동안 몸담은 KBS를 떠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와 전속 계약을 마쳤다. 지상파 대신 OTT에서 축구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한 위원은 지금까지 몸담아온 지상파 방송들에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또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내비쳤다. 그는 “이미 영화·드라마·음악 등 전 분야에서 시청자들의 패턴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며 “스포츠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다. 그러한 추세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도전에 나서보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이 생각하는 OTT 중계의 가장 큰 장점은 편성시간 자체가 기존 프로그램들에 비해 월등히 자유롭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종목도 그렇지만 특히 축구에서는 하프타임 광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하지만 OTT에서는 경기 전, 하프타임, 경기 후까지 세세한 분석을 이어갈 수 있어 마니아적인 스포츠팬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플레이는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국왕컵,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프로축구 K리그 등 주요 프로 리그의 중계권을 경쟁적으로 확보하면서 스포츠 콘텐츠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다. 한 위원은 축구중계의 얼굴이 되어 축구 매니아층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았다. 한 위원은 월드컵 등 국가대표 중계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이미 네 차례 월드컵(2006 독일·2014 브라질·2018 러시아·2022 카타르)을 현장에서 중계했고, 특히 이번에 리오넬 메시의 대관식이라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 대회까지 중계할 수 있어 더는 여한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은 “다만 보편적 시청권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조금은 다른 시각이 생길 것 같고, 나중에는 OTT가 월드컵 같은 메이저 토너먼트를 중계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그런 대회와 영원히 작별했다고 단언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한 위원은 자신이 가장 오랜 시간 중계하며 팬들을 만들었던 스페인 라리가 등을 다시 맡게 된다. “일반 리그 중계와 국가대표 중계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해외 리그 중계는 굉장한 수준의 매니아들을 고려해야 하고, 반대로 국가대표 중계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분석한 한 위원은 앞으로 자신의 중계 스타일에도 약간의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바카리 코네 선수의 이름을 외치다 샤우팅 중계라는 말을 들었었고, 최근에는 전기고문을 당하는 목소리라고 팬분들이 불러주신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 그런 이미지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박진감은 유지하되, 조금 더 차분한 중계도 시도해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한국 축구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K리그 중계에도 열정을 할애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 위원은 “K리그가 존재하지 않으면 유럽에서 잘하는 선수도 존재할 수 없다. 선수와 구단관계자 모두 자부심과 자긍심, 나아가 사명감과 책임감까지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그라운드 위의 콘텐츠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나 역시 열심히 중계하며 돕겠다”고 밝혔다.